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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협력자에게 희망을 선물하자[류근관의 통계산책]

머니투데이 류근관의 통계산책 아프간 협력자에게 희망을 선물하자 통계청장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됐다. 한때 '천사조차 그 푸른 초원을 부러운 눈으로 내려다본 도시'라 칭송받았던 그곳이 지금은 포성으로 뒤덮인 비극의 현장이 됐다. 탈출하려는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카불은 최근 영화로 그려진 30년 전 소말리아 모가디슈를 연상시킨다. 1991년의 모가디슈와 2021년의 카불, 둘 사이 한 세대가 지났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나.

30년 전 우리에겐 혼란 속 모가디슈에 갖힌 국민을 구해낼 여력이 없었다. 대사관 직원조차 주변국 도움을 받고서야 천신만고 끝에 모가디슈를 탈출했다. 세월이 흘러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지금 카불에서는 달랐다. 특수부대원과 전략자원을 투입해 국민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귀국시켰다. 우리 국민과 더불어 아프간 협력자도 구해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우리와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5000㎞이상 떨어져 있고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 대한민국과 비교해 국토 면적은 6배나 되지만 국내총생산은 우리나라의 1.2%에 불과하다. 문화, 경제, 역사, 무엇을 보든 아프가니스탄은 낯설다.

우리 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390명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 중이다. 지혜를 얻기 위해 '미국 내 덴마크'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의 솔뱅(Solvang)시와 '한국 속의 독일'이라는 남해 독일마을을 살펴보자.

솔뱅은 약 6000명이 모여 사는 미국 서부의 덴마크 마을이다. 1911년 허허벌판에 가난한 덴마크 이민자가 모이며 만들어진 도시가 이제는 매년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다. 솔뱅은 북유럽으로부터 건축양식, 먹거리, 의류 등 전통을 들여와 단조로운 미국 서부에 문화적 다양성도 더했다.

우리나라 남해 독일마을에는 우리 현대사의 한 토막이 간직돼 있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1960년대 독일로 돈 벌러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와 조성한 마을이다. 약 40가구가 모여 사는 그곳에 가면 멀리 독일까지 가지 않고도 독일식 건축, 문화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어려웠던 시절 세계로부터 받았던 도움의 손길, 나아가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 및 징용의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스탈린은 1937년 17만명이 넘는 연해주 한인을 열차에 태워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버렸다. 일제는 1943년부터 해방까지 약800명의 조선인을 군함도로 끌고 갔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UN 가입 3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사의 변방에서 원조받던 우리가 이제는 세계의 약자를 적극적으로 보듬어야 할 때다. 지금 진천에 머무는 아프간 협력자 390명에게 '한국 속의 아프간 빌리지' 건설을 제안해 보면 어떨까. 다문화를 주제로 아프간 마을을 건설해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자. 원하면 떠났다가도 언제든 돌아와 의지할 한국 속 고향을 만들어주자. 국내외 관광객이 찾도록 해보자. 지방 도시에서 나선다면 급속한 고령화로 사라져가는 마을을 되살리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여전히 분단 상태인 한반도가 그 처지를 세계 지성에 호소할 때도 설득력을 보태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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