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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밀짚 모자 쓰고, 장화 신고, 쌀알 하나씩 세어가며”…‘쌀 통계’ 어떻게 생산되나

chosun biz [르포] “밀짚 모자 쓰고, 장화 신고, 
쌀알 하나씩 세어가며”…‘쌀 통계’ 어떻게 생산되나
한훈 통계청장, 현장에서 직접 벼논 들어가 쌀 예상량 조사 참여

쌀값 폭락에 원성이 들끓는 가을이다. 쌀값 안정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시장격리 등 정책의 정교함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10월 초중순에나 발표해 온 쌀 격리 규모 등 수확기 대책을 앞당겨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통계’다.

이맘때쯤 통계청 산하 지방 사무소들은 올해 대략 얼마만큼의 쌀이 생산될지를 가늠해 보는 ‘쌀 예상량 조사’를 실시하느라 분주하다. 실제로 쌀이 얼마나 생산됐는지를 조사하는 ‘쌀 생산량 조사’에 앞서 예상치를 먼저 산출해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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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로미터로 삼아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올해 쌀 가격 안정책을 미리 세운다. 전국 벼를 생산하는 표본 논밭 필지를 선정하고, 그곳에서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이삭을 고른 뒤 해당 이삭에 달린 낟알의 수와 영?을 조사해 추정해내는 기법이다.

지난 19일 찾은 충남 논산시 강경읍 일대 논 한가운데에서도 통계청 충청지방청 직원들의 조사가 한창이었다. 올해 초까지 정책을 만드는 기재부 차관보였던 한훈 통계청장도, 2022년도 쌀 행정을 운용하기 위한 통계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을 체험해 보겠다며 몸소 나섰다. 질퍽한 논바닥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야 하기에, 긴 고무장화와 밀짚모자로 채비를 단단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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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직접 들어가 이삭수 세고, 낟알도 알알이 헤아려

이날 논산 지역의 표본으로 선정된 필지는 쌀농사를 40년 지었다는 박노성(80) 어르신의 땅이었다. “올해 농사는 괜찮죠?”라는 질문에 박씨는 “농약도 안 치고 잘 지었지요”라고 대답했다. 전국에 이런 표본 필지가 3100여곳 있다. 쌀 예상량 조사는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돼 있어, 그해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조사에 의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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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의 첫 단계는 표본을 채취할 기준 지점을 정하는 일이다. 항공 사진으로 미리 파악해둔 표본 구역의 모양과 가로 길이를 토대로 하는데, 이 논의 가로 길이는 7500m였다. 기점을 찍기 위해 본청에서 미리 부여한 ‘난수’(亂數·특정한 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는 수) 3개를 활용한다. 인위적인 의도나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이날 조사 지점은 가로 1500㎝·세로 882㎝에 위치한 A와 가로 5250㎝·세로 1452㎝의 B였다. 대형 줄자를 든 직원이 무성하게 자란 벼 사이로 들어가 두 기점에 ‘농업 통계조사 표시기’라고 쓰인 빨간 깃발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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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망가지지 않도록 벼포기 사이사이를 조심스레 밟아 기점까지 따라 들어갔다. 수확 전이라 아직 흙에 물이 차 있다 보니 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이 폭폭 빠졌다. 기점을 두고 가로 10포기, 세로 10포기에 해당하는 길이를 쟀다. 이곳의 경우 가로 310㎝·세로 205㎝로 측정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평균 가로 길이가 290~295㎝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넓게 심긴 편”이라며 “포기당 이삭이나 낟알 수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잰 가로·세로 길이는 향후 1㎡당 평균 포기 수를 산출하기 위해 쓰인다.

다음은 가로 310㎝에 심어진 10개 포기 각각의 볏대의 수(이삭 수)를 세는 작업이 이뤄졌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가며, 한 포기로 묶인 볏대 수를 셌다. “1번 17개요”, “6번 24개요”라고 외치자, 논두렁에 선 직원이 조사표에 이를 일일이 받아 적었다. 열개 포기는 총 210개의 볏대로 구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치인 21개에 가장 가까운 ‘2번(22개)’ 포기가 오늘의 예취(刈取) 대상이 됐다. 노랗게 팬 이삭 포기를 가위로 잘라 손에 쥐고 논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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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삭에 달린 낟알을 떼어내 개수를 셀 차례다. 낟알이 하나라도 흩날리거나 잃어버려선 안 되기에 직원들은 예취된 이삭들을 조심조심 다뤘다. 책상에 낟알을 모두 떼어내 올린 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그 수를 헤아렸다. 이 조사에 익숙하다는 한 통계청 직원은 “플라스틱 자로 다섯 알씩 모아 세는 것도 노하우”라며 “경력이 오래돼 빨리 세는 사람은 30분 만에 한 포기를 다 센다”고 거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쭉정이(껍질만 있고 속에 알맹이 들지 않은 것)를 걸러내는 작업이다. ‘완전 낟알’과 ‘불완전 낟알’을 구분해, 풍해·냉해 등에 따른 피해율을 산출에 고려하기 위함이다. 애매한 낟알은 손으로 꾹 눌렀을 때 물이 나오면 익을 가능성이 커, 완전 낟알로 분류한다고 한다. 책상에 쪼그려 앉아 낟알을 하나하나 세던 한 청장이 “만만치 않네”라고 혼잣말했다. 그가 담당한 이삭에 달린 낟알은 총 97개, 이 중 7개가 불완전 낟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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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예상량 통계 토대로…‘올해산 쌀’ 시장격리 계획 짜는 정부

평균 포기 수, 이삭 수, 완전 낟알 수에 천립중(千粒重·낟알 1000개의 무게) 등을 곱하고 면적을 고려하면 해당 구역에서 생산될 쌀의 예상량을 산출해낼 수 있다. 9월 말 일주일 동안 이렇게 측정된 표본들을 전국 3100여곳에서 모아, 통계청 본청에서 최종 집계를 낸다. 조사와 통계 산출 시점 사이 생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기상 요인이 생기면 보정 작업도 이뤄진다. 쌀 예상량 통계는 다음 달 7일 나온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정부는 그달 15일까지 2022년산에 대한 시장격리 계획을 내놔야 한다.

이에 더해 통계청은 10월 수확기에 실제 쌀 생산량 조사도 실시한다. 예상량 조사 당시 꽂은 깃발을 기점으로 3㎡ 구역의 벼(평균 60개 포기)를 실제로 베어 와서, 탈곡·건조를 통해 무게를 재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계청 지방 사무소마다 탈곡기를 구비해두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쌀 생산량 조사 결과는 11월 15일에 나오는데, 그 전에 어느 정도 예측해 정부가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예상량 조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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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경우 통계청은 쌀 생산량 388만톤(t)을 발표했고, 2021년산 쌀 추정 수요량을 361만t으로 잡았다. 이렇게 되면 초과 생산량은 27만t이란 계산이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올해 쌀값 폭락 현상을 두고 당시 잘못된 통계청 조사로 인해 올바른 격리 정책을 펼치지 못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계청 쌀 조사 불신 문제는 쌀값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쌀값이 떨어지는 데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통계뿐 아니라 이미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어서, 농가 자체적으로 쟁여놓은 쌀들이 많아서, 소비량이 생각보다 더 적어서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일반화시켜 모든 원인을 통계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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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5년 만에 쌀값이 최대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정부는 이달 말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차례에 걸쳐 초과생산량 중 42만6000t의 시장 격리를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농식품부는 시장에 ‘쌀을 심으라’는 잘못된 신호를 줘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일으킬 수 있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한훈 청장은 “통계청은 주식인 쌀의 수급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쌀 생산량 조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과학적 표본 설계, 숙련된 조사원 활용, 수확기 적기 조사 등을 통해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위성영상 딥러닝 기법 등을 활용해 쌀 생산량 통계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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